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선언
우리는 오랫동안 각자도생 속에서 침묵을 강요받아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침묵을 깨고 하나의 목소리로 선언한다.
우리는 예술가이자 창작자이며, 집필자이고, 노동자다. 한 개인의 삶이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환원되지 않듯, 작가노동자의 삶도 하나의 이름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우리는 노동으로 살아간다. 우리는 오늘, 작가노동자의 노동권 보호와 권익 실현을 위해 작가노동조합의 출범을 선포한다.
작가노동의 실태는 오래도록 방치되어 왔다. 명확한 기준 없이 장기간 동결된 고료, 빈번한 체불·미지급, 불투명한 계약 관행, 사회안전망 배제는 작가에게 “홀로 버티는 능력”을 강제해왔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감수하라”, “창작은 원래 가난하다”는 편견은 부당함을 개인의 운명으로 돌리고, 작가노동자를 사회와 제도의 사각지대로 고립시켰다. 작가노동의 산물인 작품은 사회가 소비하고 이윤화할 뿐 아니라 공공의 가치를 생산하는데, 그 노동은 정당한 대가와 대우를 받지 못했고, 권리의 언어로 말해지지 않았다.
우리는 요구한다. 작가노동으로 생계를 영위할 권리, 존엄하게 창작할 권리, 그리고 사회안전망에 안전하게 포섭될 권리를 요구한다.
작가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자주적·민주적 단결을 통해 작가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고 노동권을 보호하고 쟁취하는 조직이다. 우리의 노동은 소설, 시, 논픽션, 극본·각본, 수필, 칼럼, 비평, 르포, 만화, 번역 등 모든 어문 저작물을 포괄하며, 출판과 연재,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통로로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노동을 하나의 ‘권리’로 묶어 세우는 것이 우리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다.
우리는 노동조합으로서 플랫폼 기업을 포함한 사용자 및 사용자단체, 정부부처는 물론, 작가노동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관기관을 상대로 교섭하고 요구할 것이다. 고료의 표준을 세우고, 체불과 미지급에 단호히 맞설 것이다. 투명한 계약과 정산 체계를 확립하며, 사회 제도의 개선을 위해 목소리 내고, 차별과 혐오 없는 안전한 노동 환경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을 결의한다.
작가노동은 노동이다. 작가노동자는 노동자다. 우리는 더 이상 각자도생하며 침묵하지 않는다. 우리는 노동조합으로 말하고, 노동조합으로 교섭하고, 노동조합으로 싸운다.
2026년 2월 28일 작가노조 준비위